자녀의 교우관계를 만들어 주기 위한 부모의 역할
요즘은 자녀가 한 명 또는 두 명인 가정이 많다. 나 역시 어릴 때부터 아이와 맞는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부단 노력했다. 어린이집에서 엄마들과 함께 키즈카페를 다니며 아이가 주말에도 친구와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가 하면, 유치원에서 만난 친구와 잦은 모임을 갖으며 다양한 친구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반모임을 통해 친구들을 파악했고 등하교할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집으로 초대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했었다. 나는 아이에게 형제를 통해 배우지 못한 나눔을 친구를 통해 배우기를 원했고, 친구가 없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즐거워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면 나 역시 흐뭇했다. 그런데 부모가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 과연 아이에게 친구를 통한 자존감과 관련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만들어주려 했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때 친구들은 현재까지 연락이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 아이의 곁에서 잘 지내는 친구들은 아이가 본인의 성향에 맞는 친구를 찾게되었고, 그 친구들과 평일, 주말까지 함께하고 있다.
내가 아이의 친구를 만들어줄 때 간과한 것은 아이의 성향과 맞는 친구가 아닌 부모의 눈에 모범적이라 생각한 아이를 억지로 엮어주려고 했던 점이다. 초등학교 때 반모임을 통해 알게 된 친구는 공부도 잘하였고, 선생님께 인사도 잘할 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모범적으로 보였던 아이였다. 나는 그 친구의 좋은 영향을 아이가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친구의 부모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려 했다. 그런데 아이는 학교 내에서 그 친구에게 무시를 당한다거나, 체격적으로 왜소한 아이들을 힘으로 제압한다던가 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나의 아이에게도 시비를 거는 일이 흔하게 벌어지면서, 어른의 눈에 모범적이고 친절하게 보였던 친구가 교실 내에서 만만한 아이들에게는 친절한 교우는 아님을 알게 되었다.
나는 깨달았다. 엄마가 아무리 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애써도 관계를 깊게 유지하는 것은 아이가 해야 할 일이며, 교우 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관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다.
싫은 감정도 표현하는 용기
고학년이 된 아이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것은 어려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착한 아이에게 함부로 대하거나 놀리는 친구들이 생긴다. 가끔 이러한 행동을 장난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불편한 감정을 만들기 싫어서 한 번 두 번 참아주다 보니 친구들의 놀림이나 행동은 더 심해진다. 아이는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놀리는 친구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고, 나는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공감하며 놀릴 때는 보다 강하게 이야기해볼 것을 권유했다. 기회가 된다면 비속어가 섞인 말이라도 강하게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다고 이야기했다. 다음날 아이는 비속어가 섞인 말로 강하게 불편함을 이야기했고, 그 이후로는 아이에게 놀리는 일이 사라졌고,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싸움을 즐기는 사람은 없지만 싸울수 있는 것도 용기가 있어야 가능하다. 감정을 드러내고 나의 불편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회피하고 싶은 과정임은 분명하다. 불편한 감정에 대해 말하는 용기 또한 경험에서 나오게 된다. 직접 말해봐야 하고싶은 말과 해야 할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싸우지 않고 잘 지낸다면 이보다 더 좋은것이 없겠지만 나의 생각을 표현하고 감정에 솔직할 수 있는 용기도 아이에게는 분명 필요하다. 아이의 친구에 대한 자존감은 교우관계에서 발생된 갈등을 마주하고 해결해본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다.
진정한 우정은 친구의 수가 아니라, 깊이와 소중함으로 판단할수 있다.
-벤 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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