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감정은 아이 것이다
오늘 아이의 방을 정리하다 책상 앞에 공부하기 싫은 과목을 비하하는 아이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나쁜 말로 쓴 글이 붙어있었다. 나는 '무슨 어린애가 벌써부터 나쁜 단어를 마치 누군가 보란 듯이 써놓았을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물어보니, 아이는 사회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화가 난 마음에 적은 것이란다.
다그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아이가 재미없는 과목에 흥미가 없을 수 있는 사실에 공감했다. 사실 나도 학교 다닐 때 사회과목은 정말 지루하고 따분한 과목이었음을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당분간 힘든 과목을 공부하기보다 좋아하는 과목에 집중해서 공부하는 것을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나쁜 말로 글을 쓰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지 물었다. 아이는 그렇다고 말했고, 그런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을 권장했으며, 지금과 같은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려주었다.
나는 아이가 어릴 때 예쁘게 말하고 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아이가 올바르게 교육을 받고 잘 자라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춘기가 시작돼 무렵 아이는 거친 말 또는 부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생각도 조금씩 변해갔다.
누구나 좋은 감정만 느끼며 살지 않는다. 아이 역시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도 있지만, 화나는 감정, 부정적인 감정, 불만이 생기는 감정 등 아이의 주관적인 감정은 좋고 나쁨이 없는 것이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영역까지 부모가 만들어 주거나 잘못되었다며 감정을 통제할 수는 없다.
부모가 할 일
아이가 느끼는 감정은 잘못이 없다. '너는 그렇게 느꼈구나' '나와 생각이 다르구나' ' 다르게 느낄 수도 있지' 정도로 마무리하면 된다. 행동에 대한 규제는 하되,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만들어가는 영역은 제한을 두지 않고 묵묵히 바라봐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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