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갱년기
아이가 3학년이 시작될 무렵 학교 수업의 과목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되고, 별다른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나는 아이의 학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목별로 문제집을 사서 매일 2장씩 풀도록 이야기했고, 아이는 하교 후 요일별로 문제집을 풀었다. 내 기준에서 하루에 2과목씩 총 4장의 문제집을 푸는 일이 아이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잘 따라오던 아이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짜증이 늘기 시작했고, 하교 후 아이들과 놀고 싶지만 문제집을 풀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이른 귀가를 하면서 아이와 나의 관계에도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나와 대화하려 하지 않았다. 방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졌고, 나의 사소한 말에도 눈물을 보이며 반항적인 태도로 대치하는 상황도 빈번해졌다. 그런 아이의 모습이 낯설었고 이해할 수 없었다. 마음속에는 '다른 애들 공부하는 거 반도 안 하는데 그걸 힘들어하면 어떻게 하지?' '사춘기면 부모한테 이래도 되는 건가?' '어디 사춘기가 이기나 갱년기가 이기나 해보자' 등 내 머릿속에는 아이를 이해하기보다 화나는 내 감정을 부추기는 생각들로 가득했다.
급기야 "너 이렇게 마음대로 행동할 거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엄마 인생도 아니고 너의 인생 상관 안 해"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아이의 행동에 지쳐버린 나는 필터링 없이 하고 싶은 말을 아이에게 내뱉게 되었다. 아이는 눈물을 보였고, 말없이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 버렸다.
나도 덩달아 눈물이 났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고, 지금껏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아이에게 서운했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 내가 하고 싶은 말로 상처받았을 아이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과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네 마음대로 하고 살아' 얼마나 무책임한 부모의 말인가, 어쩌면 아이가 나의 인내심을 시험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조금만 아이를 이해하고, 힘든 부분에 대해 다독여 주었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아이에게 숨 쉴 수 있게 한발 뒤로 물러서서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어땠을까? 부모가 감정적으로 내뱉는 말들은 아이의 불안감을 높인다. 아이의 마음속에는 '엄마가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 '나를 포기한 엄마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 안 할 거야'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이와 부딪히는 상황이 생기면, 그 자리를 벗어난다
아이와 순간적인 화가 유발되는 상황에는 부모는 쉽게 감정을 억누르기 힘들다. 그럴 때는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목적이 무엇이기에 나에게 강요를 하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부모가 왜 화를 내는지 알지 못한 채 억울한 아이는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며 이로 인해 부모 감정 또한 격해지게 된다. 그 자리를 벗어남으로 인해 서로 화난 감정을 조금 삭힌 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만들자.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의 감정적인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지금은 이전보다 욱하는 감정으로 아이에게 함부로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나의 마음속에는 아이의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를 하며 살고 있다. 주변에서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아이, 중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 자퇴를 하겠다는 아이, 부모와 대화가 단절된 채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아이가 고민이 있을 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내 옆에 사랑하는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웃어준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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