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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마음읽기/부모의 마음가짐

오늘도 아이와 싸우지 않았다

by BEOM JUM MA 2022. 1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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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와 싸우지 않았다.




요즘 아이를 키우면서 나 또한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아이의 학년이 높아지면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친구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비슷하게 따라 하는가 하면, 그들의 생각과 사고방식도 비슷해져 간다. 내가 하는 어떤 말 보다도 친구들이 하는 말을 더 신뢰하는 아이의 모습을 종종 마주하게 된다. 자녀 교육은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여 건강하게 독립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돕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본인의 입장만 내세우는 아이에게 잔소리나 화를 내지 않고 부모라는 이유로 이해하기만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

오늘 그 한계에 도달했다. 나는 아이의 핸드폰 사용시간에 대해 연령에 맞는 적정시간을 알려주었고, 이를 스스로 지키도록 약속한 상태이다. 그런데 실제로 나의 믿음처럼 아이의 통제력은 좋지 못했다. 하루 적정시간보다 몇 분씩 초과하기도 하였고, 주말에는 시간제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분별한 사용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선택권은 주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핸드폰의 사용을 하도록 선택은 했지만 스스로에게 주어진 한계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나는 아이에게 적정시간에 대해 재차 알려주었고 앞으로는 시간을 잘 지켜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는 친구들은 모두 나보다 많은 시간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왜 나만 시간을 정해야 하는지에 대해 부당한 생각이 든단다. 어찌 보면 어른의 눈으로는 스마트폰이 아이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고 알고 있지만, 아이는 본인이 체감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자기 입장만 늘어놓는 아이와 당장은 대화가 통하지 않음을 느꼈고, 순간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크게 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다른 방안이 있는지 서로 생각해 보기로 한 후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부모가 설정한 한계를 넘었을 때는 단호한 방법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을까? '를 고민했다. 나는 가족회의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시간제한에 대한 방안을 한 가지씩 내기로 했다. 과반수 이상 선택된 안건으로는 집에 돌아오면 가족 모두 스마트폰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구성원 모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걸려오는 전화는 제외하였고, 정보를 검색해야 할 때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것으로 우선 결론을 지었다.


사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두고 이렇게까지 아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이러한 나의 노력들이 과연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른다. 또 언제 아이의 마음과 생각이 바뀔지 또한 모른다. 단지 일방적인 결과를 통보하기보다는 서로 상호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연습을 하고, 사회에서 비슷한 문제를 겪을 때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당당하게 자기의 부당한 입장에 대해 밝히는 아이를 보며 자아가 점점 성장해 자유를 향해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사춘기 아이는 본인 역시 혼란스러운 자아를 통해 부딪히는 관계 속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이다. 아이가 스스로를 책임지는 시간이 올 때까지 부모는 아이에게 현명한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줘야 한다. 순간적으로 화가 날 때도 있고, 도저히 참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을 통해 아이의 자아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면 나의 분노도 억제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이를 한 인간으로 대하고 존중한다면 아이도 언젠간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며 존중하는 시간이 올 거라 믿는다. 부모 역시 이러한 시간을 통해 부모로서 인내를 가지고 성장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나에게 육아는 참으로 쉽지않다.



자녀를 존중하는 법도 자녀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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